최근 전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들이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치매는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1) 2025년이면 한국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치매 환자 수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중 약 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는 약 85만 명에 해당한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치매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2)
치매는 기억력, 언어 능력, 판단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을 저하시켜 환자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막대한 심리적 부담을 안겨주는 신경학적 질환이다. 따라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3)
그러나 치매 초기 단계의 증상은 미묘하고 비특이적이어서, 일차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환자들은 초기 증상을 스트레스나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여겨 상담을 미루거나 증상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4) 또한, 일차의료 현장에서는 진료 시에 시간적 제약이 크기 때문에, 복잡한 인지 평가를 수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점들은 치매의 조기 진단과 치료 개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일차의료에서는 간단하면서도 신뢰성 있는 인지 검사 도구가 필요하다.5)
본 연구에서는 일차의료 현장에서 치매 진단에 사용될 수 있는 주요 인지 검사들을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이들이 진단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여 일차의료기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차의료는 환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의료 환경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치매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진료는 일차의료 현장이 아니라 주로 대학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치매 진단을 위한 전문적이고 정밀한 검사 시행을 위해 대부분의 환자들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방문하고 있다.6) 한국에서 치매 환자가 주로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진단받는 이유에는 전문적인 진단 장비와 경험 많은 의료진이 있는 대형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7) 그러나 일차의료기관의 경우 환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치매 초기 증상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차의료에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5)
하지만 이러한 일차의료 현장에서 치매 환자를 진단하는 데에는 몇 가지 어려움도 존재한다. 첫째, 치매 초기 증상은 기억력 저하, 경미한 인지 기능 저하 등으로 비특이적이어서 다른 노화 관련 문제나 스트레스와 혼동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진들이 치매를 조기에 인지하고 진단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8) 둘째, 일차의료 환경에서는 짧은 진료 시간 내에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치매 진단을 위한 인지 검사는 일정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간적 제약이 진단의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자세한 인지 평가를 진행하기 어려워 조기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9) 셋째, 선행 연구에서 일차의료 의사들이 치매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 낮은 자신감을 보였으며, 특히 인지 기능 검사와 그 결과 해석에 익숙하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는 치매의 조기 진단과 환자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10) 넷째, 치매 진단은 환자와 가족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진단을 전달하고 관리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치매에 대한 낙인(stigma)과 오해로 인해 환자나 가족이 진단을 받아들이는 데 저항을 보일 수 있어,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11) 마지막으로, 치매는 환자와 가족에게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일차의료기관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12)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MMSE)은 1975년에 미국에서 Marshall Folstein, Susan Folstein, 그리고 Paul McHugh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 검사는 초기에는 정신과 병동에서 환자들의 인지 기능을 간단하게 평가하기 위해 고안되었고, 이후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신경학적 질환의 인지 기능 평가 도구로 사용되게 되었다.13)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매 인지 검사 중 하나로, 특히 일차의료 현장에서 간단하고 신속하게 치매를 선별하는 데 유용한 검사이다. 이 검사는 약 5–10분 정도 소요되며, 30점 만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평가 항목은 시간 및 장소 지남력, 기억력, 주의력, 계산력, 언어 능력, 그리고 간단한 명령 수행 능력 등이 포함된다.14)
MMSE 점수의 해석은 일반적으로 24점 이상인 경우 정상 범위로 간주되며, 인지 기능에 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19점에서 23점 사이는 경도 인지 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혹은 경미한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이 범위의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인지 기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10점에서 18점 사이는 중등도 치매를 시사하는 점수이다. 이 범위의 환자는 일상생활에 상당한 도움이 필요하며, 복잡한 활동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9점 이하는 중증 치매를 나타내는 점수로, 환자는 일상적인 활동을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워지며, 대부분의 경우 지속적인 관리와 도움이 필요하다.15,16)
MMSE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표준화된 검사로, 다양한 임상 연구와 진료 지침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결과를 비교하고 해석하기가 용이하다. 과거 다양한 연구에서 MMSE는 치매를 진단하는 데 신뢰할 만한 도구로 입증되었다. 특히 중증 치매를 가진 환자들을 분류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13) 그러나, MMSE는 경도 인지 장애나 초기 단계의 치매를 감지하는 데 민감도가 낮을 수 있다.16) MMSE의 결과는 언어적 능력과 교육 수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고학력자나 언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낮은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은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17)
한국에서는 MMSE의 한국어판인 Korean Mini-Mental State Examination-2 (K-MMSE-2)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검사는 MMSE의 원래 버전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한국 문화와 교육 수준에 맞게 일부 항목들을 수정한 것이다.18) 그러나, 기존 MMSE와 비슷하게 K-MMSE-2의 경우에도 주로 간단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어, 보다 복잡한 인지 기능, 예를 들어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나 작업 기억(work memory) 등은 충분히 평가하지 못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자의 인지 기능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19)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MoCA)는 2005년에 Ziad Nasreddine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개발된 인지 기능 평가 도구로, 치매와 경도 인지 장애를 보다 민감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MoCA는 MMSE의 한계를 보완하고 초기 단계의 인지 장애를 더 잘 탐지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다양한 인지 영역을 평가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MoCA는 일반적으로 약 10–15분 정도 소요되며, 30점 만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평가 항목에는 시공간 집행 기능, 주의력, 집중력, 기억력, 언어 능력, 추상적 사고, 지남력, 그리고 회상 능력이 포함된다. 특히, MoCA는 집행 기능과 주의력을 평가하는 항목들을 추가하여 인지 기능을 보다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20)
MoCA 결과 점수에 따라 26점 이상은 정상 범위로 간주되며, 인지 기능에 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18점에서 25점 사이는 경도 인지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이 범위의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일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17점 이하는 치매를 시사하는 점수로, 이 점수대의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도움이 필요하며, 더 심도 있는 평가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21)
그러나 MMSE에 비해 시간이 더 소요되며, 평균 10–15분이 필요하다. 이는 일차의료 환경에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MoCA는 다양한 인지 영역을 평가하지만, 각 항목의 점수 해석이 복잡할 수 있다. 특히, 집행 기능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항목의 경우, 해석에 있어 전문가의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할 수 있다. 고학력자는 MoCA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저학력자는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점수 해석 시 교육 수준을 고려해야 하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22)
치매 선별을 위한 상당히 간단한 인지 검사 도구로, 약 3분 정도 소요되어, 특히 일차의료 환경에서 빠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검사는 세 가지 단어 회상과 시계 그리기 검사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환자에게 세 가지 단어를 들려주고 기억하게 한 다음, 시계 그리기 과제를 수행하게 한다. 이후 환자가 세 단어를 얼마나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시계 그리기 검사는 시공간 집행 기능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이렇듯 검사 항목 구성이 비교적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어, 문화적 편향이 적고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활용될 수 있다. 검사 시행을 위해 복잡한 교육이나 도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 환경에서 사용 가능하다.22)
그러나 간단한 검사이기 때문에, 경도 인지 장애나 초기 치매를 진단하는 데 있어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시계 그리기 검사와 같은 비언어적 평가 항목에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결과 해석이 일관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23)
Cognitive Impairment Screening Test (CIST)는 한국에서 개발된 인지 기능 선별 검사로, 주로 치매의 초기 증상을 감지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한국의 치매 연구자들과 임상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개발했으며, 기억력, 언어 능력, 주의력 및 집중력, 시공간 지남력 등을 평가하는 항목들이 포함되었다.24) 그러나 CIST의 경우 검사를 시행하더라도 현재 의료 시스템상 급여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CIST는 무료 검사로써 의료기관보다는 치매안심센터와 같은 기관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25)
일차의료 환경에서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은 치매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과제이다.9) 본 연구에서 검토된 여러 인지 선별 검사 도구들은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일차의료 현장에서 치매 선별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MMSE는 널리 사용되는 표준화된 도구로 간단하고 신속하게 치매를 선별할 수 있지만, 경도 인지 장애(MCI)나 초기 치매를 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MoCA는 더 많은 인지 영역을 평가할 수 있어 초기 치매를 감지하는 데 유리하지만, 시간이 더 소요되고 점수 해석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Mini-Cog는 간단하고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검사로, 일차의료 환경에서 유용하지만, 그 단순함이 초기 치매나 경미한 인지 장애를 놓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26) CIST는 한국에서 개발된 검사로, 지역 특성을 반영해 설계되었지만, 현재는 주로 치매안심센터와 같은 비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25)
이러한 검사 도구들은 치매 진단 과정에서 서로 보완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일차의료 의사들은 각 도구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치매 진단이 환자와 가족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일차의료에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10) 그러나, 일차의료 의사들이 치매 진단 도구에 익숙하지 않거나 치매 진단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진단이 지연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일차의료에서 치매 진단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에게 충분한 교육과 훈련이 제공되어야 하며,27) 개선된 의료 정책을 통해 이러한 환경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차의료 의사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치매 진단 교육 워크숍을 개최하거나 최신 진단 선별 검사들에 대한 교육 제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다양한 인지 검사 도구의 사용법과 해석법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27) 의료 정책 개선을 통해 일차의료기관에서 치매 진단을 위해 환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보조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28) 또한, 치매 진단이 환자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진단 후 지역사회에서의 관리와 지원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치매 지원 센터나 지역 보건소와의 협력을 활용한 시스템 도입이 도움이 될 수 있다.29,30)
일차의료 현장에서의 치매 조기 진단은 치매 환자와 가족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요한 단계이다. 이를 위해 일차의료 현장에서 치매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며, 다양한 인지 선별 검사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일차의료기관이 치매 진단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